인문학 책 읽기의 어려움과 프로그래밍

시간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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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회 독서 모임으로 피로사회 1를 쓴 한병철 씨의 “시간의 향기”라는 책을 읽고 있다. B5보다도 작은 사이즈에 서문과 목차를 다 합해도 180 페이지 밖에 안되는 짧은 책이다. 그런데 분량에 비해 책이 너무 어렵다. 책 읽기가 힘든 첫 번째 이유는 하이데거나 장보드리야와 같은 철학적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글 자체가 너무 어렵고 사용하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다. ‘기투자’, ‘탈소여’, ‘난비’라는 용어는 글을 읽어 내려가려는 나의 눈을 붙잡아둔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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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읽다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패스한다. 그러다가 이해되는 단락이 간혹 생긴다. 여기서 또 희한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글을 읽고 이해하고 나면 굳이 이렇게 어렵게 쓰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애초에 처음부터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쓰면 어디 문제가 있나? 한참을 읽고 또 읽어야 이해할 수 있게 글을 쓰는 저자의 의중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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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가지게 된 뜬금없는 생각은 사실 인문학 관련 서적이나 고전을 읽을 때 자주 경험했던 일이었다. 그렇다. 도대체 왜 인문학 책은 어렵게 쓰여진 걸까? 나처럼 독해력이 부족한 이들도 수용할 수 있을만큼의 은혜로운 글을 써주시면 안될까? 그러면 독서인구도 훨씬 늘어날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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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내가 시간을 두고 이해했던 단락은 철저히 나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한 이해였다. 구체적인 험과 사례를 통해 지극히 내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법의 나만을 위한 설명이었다. 다시 말하면 내용의 골자는 동일하지만 저마다 자신의 배경과 상황을 두고 이해하는 방법은 천편일률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하~! 글을 어렵게 쓰고 싶어서 어렵게 쓴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사람이 공통적인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정제된 표현의 일반적인 문장이었던 것이다. 다만 나는 내 상황에 맞게 내 방법으로 저자의 의도에 다가간 것 뿐이었다. 소위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 저마다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생각의 단편을 하나로 농축시킨 것이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고 이해되어질 수록 더욱 사랑 받고 그래서 고전도 탄생하는 것이다.

지금 읽고 있는 시간의 향기의 단편에서 그 사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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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전적으로 목표에만 집중한다면, 목표 지점에 이르는 공간적 간격은 그저 최대한 빨리 극복해야 할 장애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순전히 목표 지향적인 태도는 사이공간의 의미를 파괴한다. 이로써 사이공간의 의미는 독자적인 가치라고는 전혀 없는 복도로 축소된다. 가속화는 사이공간의 극복에 필요한 사이시간을 완전히 없애버리려는 시도이다. 이에 따라 길의 풍부한 의미는 사라진다. 길에서는 더 이상 향기가 나지 않는다. 아니 길 자체가 아예 사라진다. 가속화는 세계의 의미론적 빈곤을 초래한다. 공간과 시간은 더 이상 많은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시간의 향기, 한병철, 69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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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글의 요지는 한마디로 우리 삶의 과정에서 누리는 기쁨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나의 경험을 빌자면 이렇다.

컴퓨터 게임을 처음 접할 시절, 니드포스피드 게임을 설치하던 과정이 생각난다. 3.25인치 플로피 디스크 몇 십장을 구해서 일일이 한 장씩 넣었다 뺐다 하면서 포맷을 한 후, 이를 들고 친구네 집에 들어간다. 친구네 집에서 니드포스피드 인스톨 파일을 1.44mb로 분할 압축한다. 압축이 끝나면 이를 일일이 디스크 한 장씩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며 복사한다. 복사하는데도 시간이 엄청 걸린다. 복사를 마치면 집에 돌아와 똑같이 한 장씩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며 내 컴퓨터에 게임파일을 옮긴다. 다 옮기고 나서 압출을 푼다. 그리고 설치. 게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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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토렌트로 단번에 받을 게임을 이 오랜 시간 걸려 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기술이 참 좋아졌다. 하지만 게임 한번 설치하기 힘들었던 과거에는 게임 하나를 두고 오랫동안 즐겁게 열심히즐겼던 반면 최근에는 게임을 거의 잘 하지도 않고 금방 흥밀르 잃버린다. 그냥 그 때는 그렇게 게임을 복사해 온 것만으로도 왠지 컴퓨터를 잘하는 것 같고 그 자체가 즐거웠던 것 같다. 따지고 보면 기술의 발전은 게임을 복사해 오는 내 시간의 향기를 앗아갔다. 적어도 위의 인용은 내게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인문학 책의 글의 성격은 프로그래밍의 세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저마다 개성 넘치는 개발자들의 코드는 자기는 쉽게 알아볼 지 몰라도, 남이 볼라 치면 침 한번 꾹 삼기고 고도의 집중을 해야한다. 그마저도 메서드 하나 안에 포함된 라인이 몇십줄이 넘어간다거나, 변수 명이 a,b,c,d라던가 if else 문이 남발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코드리딩은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좀 더 보편적인 코드컨벤션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그러면 깔끔하게 정제된 코드는 누가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코드의 질적 수준을 넘어 아키텍쳐도 마찬가지이다. 끊임없이 사용되고 반복되는 방식들이 농축되어 디자인 패턴이 되고, 표준화된 프레임워크가 뜬다.

생뚱맞게 인문학 책 글이 어려웠던 이야기와 프로그래밍을 들먹인 이유는 “수 많은 단편적 사례로부터 일반화된 사실을 뽑아내는 능력” 즉 추상화 능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하고자 함이다. 인문학이나 공대생이나 영역은 다르지만 일상에 수 많은 단편들을 하나의 추상적 개념으로 추출할 수 있는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곱씹어본다.

Notes:

  1. 피로사회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2. 저자가 한국인이지만 본래 독일어로 쓰여진 것을 한국어로 옮겨서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긴하다.
  • 대은

    하하 한병철씨 책뿐만이 아니라 각종 어려워 보일수 있는 책들의 공통점일수도 있겠어요